잔디회 한국근육디스트로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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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주간의 자립생활체험~!
작성자 전정수 등록일 2015-05-24
조회 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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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잔디회 회원 전정수 입니다.

 

2015년 5월 9일부터 23일까지 약 2주동안 잔디회 회원 한정학 군의 자택에서 자립생활체험을 하였습니다.

한정학 군은 저와 같은 동갑내기 친구로서 지체1급의 장애인이지만 오래전부터 이미 혼자 독립하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존의 자립생활체험 홈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아는 사람 한 명없는 낯선 환경에 들어가서 생활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년전에 우연히 한정학 군과 자립생활체험 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한정학 군도 처음 독립을 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걱정과 큰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충분히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과 같이 독립을 꿈꾸지만 마음속에 내재된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자립생활체험을 해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동갑내기 친구이고 서로 공감대 형성이 잘 이루어질 것 같아서 자립생활체험을 해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겠냐고 물었고 한정학 군은 흔쾌히 수락을 해주었습니다. 갑작스런 취업 때문에 1년정도 늦춰진 지금에서야 자립생활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흡기, 리프트, 옷가지와 생활용품들을 챙겨서 한정학 군 자택에 들어섰습니다.

모든 게 처음이라 새롭고 신기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만든 쌀밥과 김치찌개..

비록 김치만 들어간 찌개였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근처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고 집에와서 손질을 하고 조리까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서 해낸다는 기쁨이 참 크더군요.

이어서 된장찌개, 김치볶음밥, 계란후라이, 오므라이스..

간단하지만 우리에겐 간단하지 않은 요리들이었습니다.

새삼 늘 식사메뉴 결정에 고민하시는 어머니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고요.

 

설거지는 번거롭지만 재밌었습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뽀득뽀득 깨끗하게 정돈된 식기들을 보면 뿌듯하더군요.

빨래도 분류만 잘해서 세제 넣고 돌려주기만 하면 알아서 다 해주니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습니다.

청소가 가장 힘든 일이었는데 무거운 청소기를 전동휠체어에 의지한채 이리저리 옮겨가며 쓸어내는 일이 무척 고되었습니다. 사실 정학 군 집에서 청소는 2번 정도 밖에 못 했을 정도니까요. 청소하는 일만 요령있게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샤워는 원래 집에서도 혼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려운게 없었고.. 화장실 문제가 제일 큰 고민이었는데 다행히 수동휠체어가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어서 걱정을 덜었습니다. 정학 군 집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이 나의 몸에 맞게..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환경도 맞춰지면 충분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혼자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샤워기는 항상 내려져 있고, 수건도 잡기 좋은 위치에 놓여져 있고 화장실도 비데만 있으면 다 해결이 됩니다. 오히려 생활하면서 크게 어려움을 겪은 것이 없어 밋밋한 생활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내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실제 맞닥뜨리는 공포보다 내 머리속에 내재된 공포가 더 크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립생활체험이 끝나기 하루전인 5월 22일엔 안양에 거주하고 있는 잔디회 회원 김세연 형님의 자택을 방문하였습니다. 안양에서 한정학 군처럼 독립하여 지내고 있는 형님인데.. 가보니 그곳 역시 세연 형님의 몸에 맞게,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모든 환경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선 한정학 군과는 달랐고 어떤 부분에선 같았습니다.

 

정학 군도 그렇지만 세연 형님도 온전한 육체적 독립은 힘들었습니다. 청소라든지, 빨래 등은 어머님이나 형수님이 일주일에 한두번씩 오셔서 해주었고 나머지 식사나 샤워, 신변처리는 스스로 해내고 있었습니다. 근육병 환우들은 대개가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에 온전한 독립은 꿈꾸기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자신에게 맞춰서 환경을 변화시키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속에서 정신만은 온전한 독립을 이루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전한 육체적 독립은 힘들어도 정신적인 독립은 실현가능하였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시일내에, 늦지않은 시일내에 저도 저만의 공간에서 독립의 자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2주동안 정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요리, 청소, 빨래부터 모든 부분에 걸쳐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 그리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2주동안 공유할 수 있게 해준 우리 한정학 군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짧고 두서없지만 제 자립생활체험 후기가 다른 잔디들에게도 의지와 꿈을 심어주는데 아주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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